천상병...막~걸리...

2014.01.23 11:11

audacious 조회 1792

무명전사(無名戰死) / 천상병 

지난날엔 싸움터였던 
흙더미 위에 반듯이 누워 
이즈러진 눈으로 그대는 
그래도 맑은 하늘을 우러러 보는가 

구름이 가는 저 하늘 위의 
그 더 위에서 살고 계신 
어머니를 지금 너는 보는가 

썩어서 허무러진 살 
그 살의 무게는 
너를 생각하는 이 시간 
우리들의 살의 무게가 되었고 

온 몸이 남김 없이 
흙 속에 묻히는 그때부터 
네 뼈는 
영원의 것의 뿌리가 되어지리니 

밤하늘을 타고 
내려오는 별빛이 
그 자리를 수억만 번 와서 씻은 뒷날 새벽에 

그 뿌리는 나무가 되고 
숲이 되어 
네가 
장엄한 산령(山嶺)을 이룰 것을 나는 믿나니 

- 이 몸집(짓)은 
저를 잊고 
이제도 어머니를 못 잊은 아들의 것(짓)이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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