청포도

2014.07.01 06:48

빨강모자 조회 2037 추천 2

+ 청포도 

내 고장 칠월은 
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 

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 
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 
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 

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 
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 
청포(淸袍)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 

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먹으면 
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 

아이야,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 
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 
(이육사·시인, 1904-1944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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